호주 자동차 여행 – 시드니에서 멜번까지 캠핑하며 로드트립 3

오늘은 드디어 빅토리아주로 들어가는 날, 그것도 제법 멀리 달려서 멜번 바로 아래까지 곧바로 들어갈 계획. 이렇게 한번 달려보니 시드니에서 멜번까지 1박2일로 들어가는 것은 크게 무리없는 일정인듯 싶다. 담에는 그렇게도 한번 가봐야지.

제법 긴 거리인 565킬로를 달려서 단숨에 멜번 바로아래인 Mornington Penninsula에 있는 Dromana까지 가는 총 7시간의 운전이 필요한 날이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텐트 정리하고 서둘러 운전에 나섰다.

5만키로 서비스 받은지 얼마안됐는데 이런식으로 달리면 5만5천 서비스는 금방 다가올듯. 캐러밴 파크 입구에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시드니 쪽으로 가는지 멜번쪽으로 가는지 물어보길래 그냥 인사차 물어보는가 싶어 멜번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멜번으로 가는 고속도로, 정확하게는 Prices Highway가 중간에 Bush Fire로 인해서 도로가 통제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개통이 될지는 알 수없다는 소식.

호주가 여름엔 40도 가까이 올라가기도 하고 건조하기도 해서 숲이 무성한 곳에서는 쉽게 산불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우리의 여행코스가 산불로 인해서 길이 막히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이야. 오늘 산불의 화염과 연기를 보게 되는 것인가.

길은 목적지까지 거리의 절반도 안되는 Lakes Entrance 조금 못간 Orbost에서 막혔다.

사진에서 처럼 길위에 선채로 수십대의 차량이 4시간을 기다렸다. 막 지나온 주유소겸 상점에서 물을 사오는 사람도 있고, 나무뒤로 볼일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고, 우리는 기다리다 못해 노트북을 꺼내 미드를 보기도 했지만 길이 뚫릴 기미는 없었다. 숙소는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다리다보니 갑자기 비가 온다. 기약없이 4시간이 흘렀고 경찰관 한명이 맨앞줄부터 다가오더니 길은 앞으로 1시간 ~ 4시간 후에 열릴 수 있으니 그대로 더 기다리거나 아니면 곧 경찰차 인솔하에 Buchan이라는 곳으로 우회하는 길을 안내할테니 따라올 사람들은 따라오라는 차량마다 들러서 안내를 한다.

그리고나서 20여분쯤 후 갑자기 경찰차 한대와 함께 앞줄에서 부터 대부분의 차들이 차를 돌려서 경찰차를 따라 길을 되돌아 가는데 눈치를 보니 아까 이야기한 우회도로로 돌아가는 무리인것 같았다. 대부분의 차들이 기다림에 지쳐있어서 우회하는 편이 더 좋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우회도로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조금씩 섞어있고 Snowy River Natioinal Park 자락을 넘어가고 있어서 인적이 드물고 차선도 아예 없어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구간도 꽤 있는 그야말로 이곳에서 차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전화도 안되는 깊은 산속에서 도데체 어떻게 해야할지 상상하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절대로 혼자 차끌로 들어오면 안되지만 팀으로 스페어 타이어 반드시 확인하고 들어온다면 꽤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수도 있는 Half Off Road 산길이었다.

그렇게 우회도로를 돌아서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오는데 1.5시간이 더 걸렸다. 원래 7시간 걸리는 오늘 일정에 4시간 기다리고, 1.5시간 우회하고, 앞으로 달려야 할길이 한참이지만 고속도로를 다시 타고 얼마안되서 좀 커보이는 소도시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 소도시는 Bairnsdale이라는 곳이었는데  마을 들어서자마자 첫번째로 보이는 식당인 Lantern palace chinese restaurant 에서 (http://foursquare.com/venue/9321799) 소고기가 들어간 무슨 요리를 먹었는데 소고기가 무슨 10번쯤 얼렸다 녹인 것 같기도 하고, 소고기가 아니라 인조가죽 같은걸로 유사 소고기를 만든것 같기도 한 정말 이상한 맛이었다. 정말 다시 가고싶지는 않은 집이었다.

그리고 나서 남은 거리를 엄청나게 달려서 숙소에 도착한 것은 밤 9시. 미리 늦게 도착한다고 캐러밴 파크에 이야기 해 놨다. 보통은 6시가 되면 관리소 사람들은 퇴근해 버리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늦게 도착하면 키를 받지 못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빅토리아 주로 넘어오면서 몇가지 NSW와 틀린점이 있었는데 우선 도로상태가 좋다. 아스팔트 노면도 그렇고 차선 그어진 상태도 깨끗하다 (NSW는 아스팔트가 좀더 거칠고 차선이 안 그어진 곳이 많다) . 그런데 좀 특이했던 것은 편도 1차선의 많이 좁은 길이고, 노면도 울퉁불퉁해서 (노면이 고르지 않으니 운전시 유의하라는 표지가 붙어있음) 길이 꽤 않좋은 한국식으로 하면 지방도로에서도 인적이 좀 드문 곳이다 싶으면 제한속도가 100km로 되어있다.

시간이 늦어서 해는 이미 떨어졌고 가로등이 인색한 호주에서 길도 안좋고 좁은데 시속 100km라니 빅토리아 주는 운전자에게 꽤 많은 재량권을 주는 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자신있으면 달려라~’ 이런 의미일까?

피곤한 하루라 일찍 정리하고 오늘은 마감.

PS. 하루에 560킬로 정도의 여정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호주에서의 고속도로라면 운전할만하다. 이날처럼 산불이 난다거나 돌아올때 처럼 홍수가 난다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이유는 호주의 고속도로는 꽤 한적하고, 미친 운전자들이 없고, 길이 쭉~ 뻗어있고 (특히 빅토리아 남쪽은) 그런식이라 크루즈 놓고 달리면 엑셀위에 얹은 발에 힘을 빼도 되기 때문에 편안한 자세로 운전할 수 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운전을 하면 1시간 운전을해도 그냥 엑셀 꾹 밟으면서 하는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도가 덜하다.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다보니 운전 스킬도 점차 늘게 되었는데 ‘킥 다운’ 같은거 들어만 봤지 예전에는 그다지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몸으로 체특하게 되었다. 물론 차의 심장이 좋다면 킥 다운 할필요가 없지만 약한 엔진으로도 경사로에서 추월하려면 ‘킥 다운’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가솔린 차는 4000rpm에서 최고의 힘이 나오기 때문에 추월시에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pm을 4000으로 유지하도록 수동변속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것도 물론 차의 엔진이 좋을때는 별로 생경쓸 필요없이 그냥 엑셀만 쓱 밟으면 되지만. 차는 CC가 깡패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는데 그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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