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에서 IT컨설턴트의 시간관리

외국회사에 1년 가까이 다니고 보니 이제야 대충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다. 처음 한동안은 한국과는 다른 조직 구조와 운영방식이 파악되지 않아서 그냥 일은 주는대로 하고 일이 없을 때는 참 시간보내기가 모호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라면 대부분 위에서 내려오는 일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에서 여유를 찾기가 힘들때가 많았고, 가끔 프로젝트가 없어 일이 적을 때는 퇴근도 평소보다 일찍하고 틈틈히 인터넷도 하고 여유있는 시간은 여유있는대로 보낼 수 있었다.

분명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영국계 호주법인인 지금의 회사는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매일매일 어떤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를 1주일 단위로 시스템에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일의 내용은 크게 Billable(수익성) 과 Non-Billable(비수익성)로 구분되어 기록하는데 직책이 컨설턴트라면 하루 8시간 * 한달 20일 = 160시간중 70% 이상은 Billable 일을 하도록 요구된다. 물론 100% Billalbe이 가장 회사에서 원하는 그림이고, 60%이하로 내려가면 자리보전을 걱정해야할지도 모른다.

Billable 업무는 고객에 대한 컨설팅 활동에 대해서 그만큼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일이다. 묶어서 컨설팅이라고 표현했지만 요구하는 IT작업을 뭐든 구현해주는 일이 다 해당된다. 연단위 계약을 통해서 컨설팅 시간을 판매해 놓고 연간 활동양만큼 컨설팅시간을 차감해 나가는 방식도 있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생길경우 요건분석후 프로젝트 별로 별도 견적을 제시해서 SOW(Statement of Work)이 Sign Off되면 그 내용대로 요청사항을 처리하고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어떤 형태건 고객의 직접적인 니즈를 해결해주고 비용을 청구함으로서 회사수익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활동은 Billable 활동이 된다.

Non-Billable 활동은 각종 휴일, 사내 회의, 기타 잡무, 그외 고객과 관련된 활용이지만 수익과 직접 연결하기 어려운 지원성 업무와 우리쪽 오류나 장애로 인한 버그 처리와 복구활동 등이 해당된다.

각 활동을 기록할 때는 주석으로 활동의 구체적인 내용도 함께 적지만, 모든 업무는 재무제표에서 회계항목 분류하듯이 수익성/비수익성 여부, 고객명, 프로젝트명 등에 따라서 상세히 분류되어 코드가 부여되어있다. 따라서 월별/분기별/연별로 직원별 데이터를 쭉 뽑아보면 A라는 직원이 연간 ****시간의 업무시간중 수익성 업무 XX% 비수익성 업무 XX% 그리고 각각 어떤 일은 해왔는지가 한눈에 확인된다.

참고로 수개월간 수익성 업무가 0%였던 몇몇 컨설턴트는 최근 회사합병에서 구조조정되었다.

매일매일의 업무내용을 시간단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사실 조금은 번거로운 일이다. 특히, 업무내용을 특정 카테고리에 분류해서 집어넣는 일이 때로운 상당히 까다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회사측면에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가지고 인적 자원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고, 직원의 입장에서는 매일 8시간을 어떤 업무로 채워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직원 스스로 자신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수익성 업무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컨설턴트들은 새로운 일거리를 따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영업직군은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컨설턴트들은 자연스럽게 일거리를 만들어 내기위해 노력하게 된다. 열심히하라고 위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일이 없으면 수익성 업무량이 줄어들고 그러면 자리보전이 어려워지니 너무 간단한 공식이다.

이렇게 하루 8시간만 일하는 외국회사라고는 하지만 한시간 때로는 30분 단위로 일을 쪼개서 기록하다보면 한국식의 동료직원들과 커피한잔 담배한대 피는 것도 조심스럽다. 커피한잔하는 경우에는 머리식히기 위해서 보다는 뭔가 캐쥬얼한 미팅이나 적어도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 있을때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작은 시간이라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목적이다.

물론 알아서 진취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관리 시스템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시간단위로 기록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무척이나 적응되지 않았지만 한동한 계속하다보니 주간단위로 업무계획을 잡고, 업무량을 예측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전된다.

흔히 외국회사 직원들은 업무시간중에는 말도 하지않고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매일 야근하는 한국사람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하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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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회사에서 IT컨설턴트의 시간관리”에 대한 2개의 생각

  1.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10년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it master 유학을 고민 중이에요.
    학교도 문과 출신이고 현재 업무도 마케팅 관리 쪽이지만 호주에서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어 it master 과정을 알아보고 있어요.

    비전공자가 입학할 수 있는 it 과정은 졸업 후 진로로 it 컨설턴트가 많아서 그 일이 어떤 직무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자세히 기록해주신 글을 보니 그래도 꽤 그림이 그려지기는 하네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글에서 비전공자로서, 그리고 한국에서 꽤 오래 회사생활을 하고 팀장까지 하셨다고 보았습니다. 저도 현재 한국 대기업에서 팀장이기도 한데, 이런 경험이 호주에서 적응하는데 더 어렵게 만든 점은 없는지 궁금해요.

    나이들어서 전혀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취업하며 생계를 이어가는게 힘들진 않으셨나요? 미리 각오하고 오면 좋을 것이라 생각되는 지점은 뭐가 있을까요?

    그리고 소중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9년전 저랑 비슷한 위치에 계시는 듯 합니다. 호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나면 취업을 하셔야 할텐데 IT경력없는 졸업생이 갈 수 있는 자리는 신입개발자나 신입테크니컬 서포트가 일단적입니다. IT 컨설팅쪽으로 가시려면 일단 영어가 자유로워야하고 다음으로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 정도의 IT지식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다시말해 졸업후 취업은 신입으로 하셔야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경력은 버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각오가 있다면 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주에 계속 있으려면 결국 영주권을 받으셔야 되는데 영주권이 없으면 취업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따라서 호주로 오시기 전에 영주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가장 먼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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