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첫직장 1년을 마무리하면서

IT 비전공자로서 호주에서 2년간 IT 대학원을 12월에 졸업하고 이듬해 2월에 정직원으로 호주에서의 첫직장에 취업되었다. 돌이켜보면 첫직장에서 오퍼를 받고 시드니 시티를 통과해서 돌아오던 날은 무척 기뻣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호주 직장생활, 처음의 기쁨도 잠시 시간이 갈수록 회사의 규모나 운영방식등에서 조금씩 아쉬움이 커가고 정확하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호주에서의 두번째 회사에 첫출근을 했다.

첫직장의 선택

졸업을 하던 시기에는 과연 취업이 잘될까 하는 걱정이 커서 무조건 빨리 취업되고 싶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가려진 벌지않고 쓰기만 하는 시간 만 4년. 또한 졸업후의 공백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기간자체가 무능력함의 반증으로 보여질 수 있어 취업은 더욱 어려진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더욱 빠른 취업을 갈망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졸업후 얼마되지 않은 2월에 바로 취업. 그것도 면접 2번째만에. 좋게 보면 2번만에 성공한거지만 다른 측면을 보면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자체를 잡기가 참 쉽지 않다는게 함정. 갖 졸업한 암것도 모르는 초년병을 (그것도 나이든) 데려다 쓰려는 곳도 많지 않고, 게다가 영어까지 어눌한 외국인 유학생 출신은 참 상대적으로 어려운 위치에서 취업을 도전하는 편이다.

그런데 첫직장을 선택할 때 급여조건 좋고, 근무환경 좋고, 많은것을 배울수 있는 회사에 취직된다면 좋겠지만 상대적으로 취업경쟁력이 낮은 유학생으로서는 급여가 낮고, 근무환경도 열악한 회사라도 빨리 취업해서 많이 배우고 현지경험을 쌓아서 다음단계를 준비하는게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번째 전략을 선택한 셈인데, 이 전략의 단점은 모든게 새로웠던 첫 6개월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다닐 수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회사에서 느껴지는 한계들이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하루하루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조금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기업을 물색하면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가끔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내가 선택한 전략은 당시로서는 최선이었지 않나 싶다.

전략의 실천

첫직장에서는 꽤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처음 시작할때는 꽤나 열심히 해서 많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그과정에서 나도 많이 배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신기하게 다녔던 6개월이 지나고 점점 지루한 스트레스가 많아질 무렵 그것들을 제대로 핸들링 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나와 같이 두번째 전략으로 회사를 선택했다면,

– 정말 열심히 일해서 일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나처럼 개발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초급 개발자라면 닥치는 대로 일하는 에이전시 스타일의 회사에는 정말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퇴근해서도 공부삼아 회사일을 계속해서 성과도 높이고 능력도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그러지 않았지만.

– 어렵게 현지회사에 들어갔다면, 네이티브 직원들과 가깝게 잘 지내면서 현지화에 힘써야 한다. 호주인 회사라해도 업무정의가 끝난 상태로 일이 떨어지는 초급개발자에게 생각보다 영어로 말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루에 5분정도 팀장과 업무지시받는 대화가 하루중 영어로 말하는 전부인 경우도 꽤 많았다. 어짜피 유학생 영어는 거기서 거기, 각고의 노력없이는 이부분이 해결되기 쉽지 않다. 특히, 업무적인 대화는 주제가 분명하고 용어가 익숙하기 때문에 훨씬 쉽다. 문제는 사적인 대화랑 농담에서 발생했다. 다같이 시시껄렁한 이이기를 나누고 한바탕 웃을때 여기에 끼지 못한다는게 참으로 힘들다. 깊이 고민하고 서치해 보면 해결해 나갈 방법은 꽤 여러가지가 있다. 문제는 실천,

– 호주취업문화는 레퍼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이직후에도 현재직장에서 만든 인맥이 결국 계속해서 나의 레퍼런스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하던 인맥관리는 호주에서도 유효하다. 한국에서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녔어도 호주에서는 씨도 안먹힌다. 한국에서 레퍼런스 해줄 분이 영어를 잘하고, 한국직장이 최근 경력이라면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나이들고 15~20살 어린 친구들과 친구먹으면서 일하기가 한국보다는 쉽지만 그래도 꼭 그런것 만은 아니다. 나는 한국에서 팀장까지하고 나름 경험이 있는 사람인데 지금 팀장은 26살에 경험도 나보다 적은데 고집은 세다? 외국인 졸업생으로 첫직장을 잡아서 들어갔으면 그곳에서는 신입사원일 뿐이다. 기존 시스템을 인정하고 배우는 자세로 적극적이지만 서포트하는 입장으로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항상 뒤돌아 보면 남는건 아쉬움. 좀더 열심히 일하고, 좀더 많이 부딪히고, 좀더 넓은 마음으로 임하지 못했음이 아쉽다. 많은 한국출신 이민자들이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호주의 9 to 5 근무환경을 부러워하지만 그렇다고 경쟁이 없고, 인원삭감이 없고, 자기개발을 안해도 되는 곳은 아니다. 특히, 열심히 하는 호주친구들은 정말 대단히 열심히 한다.

새롭게 입사한 회사도 2년전에 인원을 50%가까이 감축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일하는 내 포지션은 전임자가 3개월만에 짤린 바로 그자리다. 호주직장을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