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눈뜰때 –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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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눈 뜰 때, 장정일, 김영사

 

일류대학에 들어가겠다고 1년을 재수한다는 건 욕심이야. p.22

형은 한다면 하는 완벽한 이기주의자다. p.25

과도한 자기연민은 자기기만이며, 자기교만일 따름일텐데. p.43

그녀는 자기만의 방을 원한다.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는 내면의 방과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혼자만의 방.

그녀가 귀에 꽂아놓고 듣는 음악은 무제한적으로 수취되는 FM프로도, 대량복제되는 테이프도 아닌, 그녀의 고독 속에서 울려나오는 내면의 울림이다. 라디오는 고독의 형식인 것이다.

그녀의 섹스 또한 순수 고독의 형식이다. 그녀의 섹스는 사랑을 위해서나, 출산을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사랑과 출산을 위해 쓰여지는 섹스란, 섹스 그 자체엔 이미 불순스런 것이다. 그녀가 섹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순간적인 자각이며, 자신의 생의 사용이다. p.46

스피드가 최고의 가치가 되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만이 발전이며 성공이라고 믿는 세계를 가속도의 세계라고 부를 수 있겠군요. p.52

타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자유인이야.

타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를 아무런 조건없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하여도 무책임하고 덜 엄격하게 된다. p.62

) 어설픈 민주주의자 보다 도덕적인 파시스트가 낳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에 나오는 어느 주인공은 で나 혼자 있을 때 세상은 내것이 된다. 세상을 소유하기 위해서 나머지 인간은 모두도 죽어야 한다. 고독 속에서만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다と고 말했다. p.69

민중주의자들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자아에서 비롯하는 오류와 비굴함마저 모조리 현실과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환원시킨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의 권력의지로부터도 벗어날 수 없다. 지식도 하나의 권력이라고 간주할 때, 지식인은 엄청난 권력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 나의 독서열 역시 하나의 권력의지에 다른 형태일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지식이라는 권력은 가장 고급한 권력의 형태가 아닌가.

p.74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통과제의를 생략해 버리는 가속도성은 당연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촉진하려는 자본의 논리에서 비롯되며, 일회용의 인스턴트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p.79

모더니즘 작가가 순수성, 진품성, 아우라 등의 신적 권위로 자신을 감싼다면 포스트모던의 작가는 차용, 인용, 발췌, 각색등의 자기 공개를 통해 대중 가운데로 내려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p.80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를 찾아 유행에 발맞추려는 자는 새것과 속도의 탐욕에 걸린 자이며, 진정한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자이다. p.85

내 머리 속은 뮤직 러버를 오디오족에 일렉트로닉 리스너를 스피드족에 연결시키고 있었다. p.95

비밀이 필요한 곳에서 비밀이 옳게 지켜지지 않으면, 경박함밖에 남는 것이 없다. 우리 세대는 비밀의 가치가 지켜지지 않는 깊이 없는 세대이고, 모든 정보는 공개의 원칙으로 이루어지는 정보화 사회란 합리를 내세워 인간적인 감정을 죽여 버리는 사회이다. p.106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가짜 낙원에서 잘못 눈을 뜬 아담처럼, 내 이브는 창녀였으며, 내 방은 항상 어둡고 습기가 차 있다. 어쩌다 책이 썩는 냄새를 없애려고 창문을 열면, 네온의 십자가 아래서 세상은 내방보다 더 큰 어둠과 부패로 썩어가고 있다. 나는 내가 눈 뜬 가짜 낙원이 너무 무서워서 소리내어 울었다. p.109

문장을 쓰는 일에서 나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で창조의 아픔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고통은 가짜 낙원을 단호히 내뿌리치고 잃었던 낙원, 실재, 진리를 되찾는 데 쓰이는 아픔이다.

겸손과 인내는 문장을 쓰고자 하는 나뿐 아니라, 가속도의 낙원에 살면서 좀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p.122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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